소셜이 발달하면서 생기는 정신적 문제 중 하나가 소셜 지인들에 의한 상대적 박탈감이다.
인스타나 페북 사진들만 보며 나 보다 잘난 거 없어보이는데 나은 삶을 사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트를 눌러주고 댓글로는 맘에도 없는 칭찬과 아부성 글들을 남긴다. 그리고 자신과 비교를 하며 박탈감을 느낀다.
이상과 현실. 그것을 뼈져리게 알고 있지만, 같은 범인의 삶을 통해 비교하게 되면서 더더욱 심한 자괴감에 빠진다.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다. 소셜상의 인생이 결코 진짜가 아니며(아닐 수도 있으며)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현혹되서도, 자신의 현실과 비교할 수도 없다고 말이다.
고통이든 행복이든 누군가와 비교하며 현실을 판단하는 게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 만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예전에 비해 요즘엔 가까운 지인부터 연예인한테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재벌, 정치인, 흔한 말로 그들만의 세상에 사는 인간들에게 조금씩 느끼던 것들이, 현실이 갑갑해지고 이상과 꿈을 좇기에는 불합리하고 불편한 세상이 되다보니, 그사세에 사는 인간들에게는 더 이상 관심이 안가는 거 같다. 대신 대중과 가깝고, 개인에게 친근한 주변 지인과 연예인에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는 듯 하다.
박탈감이란 감정이 광범위해서 하나를 정할 수 없지만, 공통분모는 '나' 와 비교하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이런 감정은 '나'의 현실이 힘들수록, 목표가 없고 '희망'이 없을 수록 이것에 대한 보상을 내가 가깝게 볼 수 있는 대상에게로 옮겨지게 된다.
그리고 소셜로 남의 사생활을 가깝게 인지하게 되면서 좀 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이것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나 역시 그렇다. 그렇다고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어느 때가 되면 그냥 흘러보내고 이해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는 넘어가지 못 하고 계속 언덕을 오르고 또 오른다. 한 편으론 박탈감을 느끼면서 행하는 '남'에 대한 비난과 조롱으로 본인 현실 속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악플을 다는 것.
직업적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소셜이든 기타 매체 속 일반인들에게도 행해지는 것.
소셜 속의 세상은 더 이상 개인 사생활 공간이 아니라 또 다른 연예인의 세상인 것이다.
가까운 지인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개된 곳. 예전에 비해 그 공간은 많은 것들의 홍보수단이 되어 있다.
사람들의 인식이 '개인' 이 아닌 '공공'으로 변해가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느끼는 박탈감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 볼 수 있는 나의 지인들이거나, 주변에거 흔히 알 수 있는 지인들이기에 좀 더 현실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사람들의, 내가 모르는 다른 '현실'. 그런데 그 현실을 나는 누릴 수 없는 환경이라면, 그리고 그 환경에 너무 짓눌러 있는 상태의 사람이라면, 그들은 겉으로는 살가운 척 하지만 속으론 상대에게 이미 엄청난 시기와 질투, 정신적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연예인에게는?
그들의 직업적 특성도 있다. 대중에게 가깝게 느껴져야 하는 연예인은 때론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론 무척 가깝게 생각되기도 한다.
이는 그들도 항상 하는 말이다. '나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이다' 란 말. 그러나 연예인을 소비재로서 인식하는 대부분의 대중은 그들의 그런 말 조차 특권의식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것을 '돈' 과 '권력'의 관계성 때문이라 생각된다.
권력이라니, 우습지. 정치인도 아니고. 그러나 분명 연예인이란 직업엔 권력이 존재한다. 이 권력이 정치인들처럼 손에 잡기엔 버거운 것이 아닌, 대중이 소비해 줌으로써 생긴 권력이기 때문이다. 이는 돈도 마찬가지이다. 연예인을 대중이 소비하지 않으면 그들 역시 버틸 수 가 없지 않은가. 물론 그들도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은 그것을 알고 있다 하여, 연예인의 범인이다 란 발언을 맘속 깊이 새겨 듣진 않는다. 당연하지 않은가, 너희도 그 부와 권력을 잡기 위해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고 참더니, 그것을 모두 얻고 난 뒤엔 우리도 똑같다고 말한다 한들, 소비자는 그저 이해하면서도 우습고 투정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희망 직업군에 연예인이 최상위권을 다투는 것 만 봐도, 사람들은 연예이란 직업을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들을 부러워 하면서도 그들을 미워하고 싫어한다. 자신들이 소비한 것에 대한 보상이 사실은 개인적 만족일 뿐인데, 그 만족이 오래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만족은 사실 대부분 현실이 아니지 않는가. 현실을 잊기 위해 가장 가깝고 투시하기 좋은 것이 연예인이다.
그러나 결국 그것 역시 허상이고 이 점을 대중은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그런 허상에 빠져있었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 본인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눈 앞에 보이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모습을 보며 즐기던 것도 순간, 쟤네는 부와 명성을 얻고 있는 때에 나는 뭐했더라? 내 현실은 어땠더라? 라고 비교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 그리고 전혀 다른 현실이고, 다른 인간임에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현대 인간의 인생이 공허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서, 그것이 어떤 대상에 대한 애정에서 집착과 박탈감으로, 그리고 증오나 비난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일까.
해답따윈 없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가깝게 소비되는 연예인을 통해 자신을 투영해서 현실 도피를 하는 사람들. 까마득한 현실을 잊기 위해선 이 방법이 제일 편하고 쉽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쉽게 빠지고, 또 가장 쉽게 증오할 수 있으며, 가장 빠르게 버릴 수도 있으며 그에 따른 죄책감, 책임감 따윈 가질 필요없지만, 또 가장 현실적인 꿈과 희망의 대상. 그리고 그렇게 소비되도록 하는 연예인 이란 특성. 아무리 세대와 시대가 지나도 이 소비성과 허상의 욕구는 절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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