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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은 아니었지만 그냥저냥 잔 거 같다.
하지만 자기전에 원인 모를 심장 쿵쿵이와 긴장이 있었다.
내가 자면서 눈 뜨고 자나? 싶은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아직도 잠들기 전 오랜 시간이 걸려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둘 다 겠지 싶다.
나 일부러 스스로 이유를 만드나?
일도 안 되고, 내가 하고픈 그림은 포기상태가 되다보니,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면 집에만 있어야 하는데
집에만 있어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게 아닐까?
'나는 지금 이러이러 하니까 일을 할 수 없어.'
'나는 지금 이 상태니까 아직 쉬어야 해.'
뭐 이런 것들.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왜냐면 검진 결과가 다 정상이었으니까.
물론 아직 허리가 안 좋지만, 그 정도로? 도 아니고,
일단 신체적으론 문제가 없다는 거니까.
그런데도 어딘가 불안하고 계속 긴장되고 쿵쿵이 멈추지 않는 건 심리적 요인 때문일테고.
심장내과 의사도 CT도 해보자 가 아니라, '내가' 원하면...이 전제였으니
이는 결국 아무 문제 없다는 얘기 아닌가.
그렇다고 우울이 없다는 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니, 우울증이란 것도 시작점이 '현재' 인지 '과거'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나는 항상 우울의 근원을 나의 '현재'에서 찾았다.
지금의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거라고. 이것도 맞다. 아예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과거'의 영향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있었던 우울한 기억들이 촉매제가 되어 현재의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게 아닐까.
과거는 과거일 뿐, 어차피 지금 얘기한다고 풀어지는 것도 아닌데...라며 그냥 묻어 뒀던 게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조금 위로를 받으면 풀릴까?
내 어릴 적 기억들. 너무 많다. 모두 부정적인 기억들 뿐이다.
과거의 기억이 긍정적일 수록 스트레스나 우울에 방어하는 호르몬이 잘 분비된다고 한다.
그렇지 못 한 사람은 그만큼 취약하고.
맞는 거 같다. 겉으로는 스트레스에 유연한 척 하지만, 매번 일을 당하면 힘겹게 시간을 보내고
항상 몸이 아펐던 걸로 보아 나는 생각보다 우울에 약한 사람이었던 거다.
지금 이걸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심리상담? 약물치료? 해결이 있긴 한 걸까?
나 자신을 사랑하라....라고들 한다.
나는 나의 무엇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나를 아끼면서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
나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존재의 이유를 모르겠으니까.
존재의 이유를 거창한 곳에서 찾아야 할까.
소소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어떻게 찾는 걸까.
그게 '나' 임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진정한 '나'가 맞는 걸까.
남에게 친절을 베풀고 배려하고, 다른 동료들과 잘 지내려 하고...기타 등등.
나라고 안 해 봤겠나...그런데 그럴때마다 돌아오는 건 개차반이었다.
오히려 맞서고 강하게 나가면 적어도 무시는 당하지 않더라.
어디까지 '나'를 친절하게 만들어야 할까.
굳이 꼭 그렇게 '친절해야지' 라며 다짐해야 할까.
아니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나를 사랑하게 되면 저런 고민따위는 저절로 할 필요가 없는 걸까?
오늘도 성당을 다녀왔다.
평범한 것을 빌었다. 현재를. 잘 싸고, 먹고, 잘 자고, 쿵쿵이도 없애달라고.
결국 모든 건 내 노력이겠지만, 그래도 빌다보면 되지 않을까....란 막연한 희망도 있다.
내 우울은 공허함에서 오는 걸까.
내 존재의 부재와 나를 사랑하기 힘든 건, 세상에 나는 텅빈 존재 같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고, 밖을 돌아다니고, 운동을 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쨌든 살아가고 있음으로 공허함을 채우고자 하는 것 같다.
그냥 약을 먹을까.
이번에 상담사를 만나면 한번 물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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