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절주절

잘 자고 있는 건가

by 캐롤의법칙 2019. 3. 22.
728x90





+

벌써 3월이다.

바로 전에 쓴 글에서 비타민 주사니, 수술이니 하면서 한껏 우울해 한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다.

특별히 변한 건? 글쎄.... 있긴 있다. 특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심장 두근거림은 거의 사라졌다. 일주일 전 심장 검사(진짜 다 했다. ct랑 mri 빼고)에서 이상없음이 나왔다.

두근거렸던 현상은 놀랍게도(정확히 이거다 인지는 모르겠지만) 역류성 식도염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이 결론은 내가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본 누군가의 글에서 생각해 낸 결론이다.

글쓴이도 심장 두근거림이 있었는데, 역류성 식도염이 심하단다, 댓글로 그럴 수 있다는 얘기들이 쭈욱 달려 있었다.

심장의 이상도 아니요, 비타민 주사도 아니라면 원인은 식도염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저 글쓴이도 나처럼 잠을 못 자고 시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식도염이 심장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고, 이는

심장 검사를 한 후 결과를 듣다 의사한테 물어보면서 확실해졌다.

의사한테 혹시 역류성 식도염으로 두근거릴 수 있냐 물으니 그럴 수 있댄다....

좀 허무하더라. 내가 이때까지 모든 병원에서 모든 증상을 다 말했는데...내가 물어봐야 대답해 주다니.ㅎ

내가 잘못한 거냐, 의사가 무딘거냐. 아니면 무지한 거냐.


한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을 한 거 같다.

왜 이렇게 됐을까. 어디서 뭐가 문제였을까.

수술 후에 잘 자고 잘 먹고 휴식할 생각으로 맘 다잡았는데,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

내가 자초한 걸까. 아니면 원래 이렇게 흘러갈 예정이었던 걸까.


이런저런 일들로 우울함에 빠지고 불면은 다시 시작되고.

두근거림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불안함과 긴장감은 남아 있다. 우울함이겠지. 거기서 파생된.

그렇다면 이걸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최근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두 군데 정도 초기 상담을 받아보고 한 곳을 정했다.

사실 뭐가 좋다 나쁘다 할 건 없었다. 

남이고, 그들에게 내 얘기를 쏟아내는 건데, 그들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상담해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상담을 통해 과연 내가 털어 낼 수 있을지.

내 불면의 원인이 이것인지.


잠을 자는 거 같긴한데, 뇌가 깨어있는 거 같기도 하고...

전보다는 잠드는 거 같긴한데, 여전히 불편하다.


기분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한다. 

나를 내려놓자고 했지만 사실 아닌 거다. 난 나를 안다. 내가 그럴 수 없다는 걸.

그럴 사람이었다면 템플 스테이라도 하러 갔을 거다. ㅎ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불편한 현실이 우울한 거다.

현실적인 사람이고 현실을 바라보지만,

한낱 연예인 가십에 기분이 상하면서 현실과 비교한다.

이런 거, 정말 하찮고 쓸데없는 기분 낭비란 걸 이성이 알고 있지만,

감정이 요동치고 가라 앉는다.

내가 가질 수 없는 세상이 부러운 거다.

그게 가까운 연예인들에게 보이는 거고.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고 현실로 돌아와 내가 나아갈 길을 찾고자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가고, 여전히 불면은 계속되고, 내 손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흔들린다.


손쉽게 접하는 미디어에 빠져 그들의 세상과 비교한다.

때론 기분전환이 되기도 한다. 

내가 정말 심각한 무기력증과 무감각에 빠진 걸까 싶어 코미디 영화를 보고 예능을 찾아본다.

그래도 웃는 날 보고, 아직은 심각한 건 아닌가 보네...한다.



상담을 하고 나면 나는 털어낼 수 있을까.

나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불면을 더 이상 겪지 않으며 별일 없이 살 수 있을까.



연예인과 미디어의 가십에 영향 받지 않을 만큼,

건강하고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요즘 성당을 가고 있다. 세례를 받는 건 아니고 미사가 끝난 후, 아무도 없는 성당에 가서

혼자 기도도 아닌 기도를 한다. 난 원래 종교가 없다.

그런데, 무슨 역마살이 끼었는지 집. 것도 내 방에 있으면 맘이 어딘지 불안하고 심란하여

나가게 된다. 그렇다고 멀리 갈 수도 없고, 기껏 찾은 게 동네에 있는 작은 성당이었다.


종교적 공간은 확실히 고요하게 차분해지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컴컴한 아무도 없는 고요한 성당 안에 혼자 앉아 있으면 차분해진다.

심란함도 조금 사라지는 거 같고.

그래서 가고 있다. 미사를 들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설사 듣는다 해도 내가 종교를 가질 일은 없을 거 같다.ㅎ


어디서 보니 올해 역마살이 끼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멀리 가지 말란다.ㅎㅎ 어쩌란 건지.

그래서 이렇게 계속 나가는 걸까. 병원을 수십번 가고...이런 걸로?

뭐든 나갈 방법을 찾는게 병원이라니.ㅎㅎㅎ 그러질 말길...



좋게 풀렸음 좋겠다.

수술한 것도 얼른 괜찮아지고, 소화력도 정상이 되었으면 싶다.


매일 밤마다 옥상을 걸으며 이 역시 기도아닌 기도를 한다.

그저 내가 소소히 바라는 점. 앞에 말한 것들.

거창한 게 아닌 지금 현재 내 문제들. 건강해 지는 것, 잘 자는 것. 이 정도.


나에게 처음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루어지는 

마법같은 현실이 일어나는 걸 봤으면 한다. 

그것 뿐이다.



728x90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에 근원이 있는가  (0) 2019.03.26
지나가고 있는 건가요  (0) 2019.03.24
하루살이가 부럽다.  (0) 2019.02.28
누구나 죽는 순간을 생각한다.  (0) 2018.12.26
속마음을 눈치채야 하는 것  (0) 2018.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