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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 리뷰

오류탐구영역 망고곰 / 비엘,BL

by 캐롤의법칙 2022.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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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 표지 이미지

 

비엘 장편 소설 오류탐구영역 / 망고곰 /북극여우 출판

총 4권

 

내 별점 ⭐️⭐️반

 

 

망고곰 작가의 작품은 그동안 윈터필드, 하프라인 정도 읽어봤고,

두 작품 모두 만족스러웠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봤다.

한동안 비엘은 1권 이상 못 읽는 권태기에 빠져서 허우적댔던 터라, 기존 작가+만족감이 더해져 전권 다 질렀다.

그리고 다 읽고 감상을 남기는 시점에서 좀 '흐음' 하고 심드렁한 감상평이 나오고 말았다.

 

별점은 두 개 반을 주었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이상하거나, 필력이 떨어졌거나, 캐릭터 매력이 없나- 하면 그건 아니다.

분명 청게로서의 매력은 담고 있는 소설이 맞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종 감상은 무감각하달까.

 

비엘 장르 중 청게류는 잘 읽어보지 않아서(나이 제한이 있다보니 내용상 제약적인 부분이 많아 보여서)

다른 청게류도 이런 식인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뭔가 어디서 많이 본 내용과 짜임새에 읽는 동안 약간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표절이다- 라고 말할 부분은 없으나 한편으론 어디선 많이 본 모양새들이 가득하다는 소리다.

 

일종의 비엘 청게의 클리셰적인 부분이라 한다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한 마디로 우연에 우연이 겹쳐 필연이 되는 방식이 다소 유치하게 전개되어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연이 길가다 부딪혀서, 우연히 복도를 걷다 마주쳐서,

우연히 핸드폰이 뒤바껴서, 우연히 좋아하게 되서, 우연히 같은 반이라서, 우연히 전교1,2등이라서.

 

장르 소설이란 원래 우연이 겹쳐 필연이 되고 현대물이라도 어느 정도 상상,

판타지 요소는 지극히 당연하다 여기며 읽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싶은 전개들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두 주인공의 섹슈얼리티를 이끌어내기 위한 장치들이었나? 싶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청게물은(대학생을 빼고) 성인용이 아니라는 쓸데없는(ㅋ) 개념이 첨가되서 더 그렇게 느꼈나?

결말까지 읽고 나면 애정적 감정에 정립되지 못한 나이대라 처음에는 그것을 거부하게 되나,  

결국, 두 주인공은 서로 첫 눈에 반한거나 다름없다.

그런 과정을 티키타카하며 보여주는 방식은 괜찮았지만, 지나치게 재미가 없었다.

 

음, 생각해보면 작가의 전작들도 많이 본 듯한 클리셰를 눈에 훤히 보이게 이용하는 편이긴 했다.

그런데 내가 읽은 전작들이 하나는 판타지,

하나는 스포츠물(이라 쓰고 현대 판타지 같은 느낌)이라서 거부감 없이 넘겼던 것 같다.

반면, 이번 소설은 제한적인 소재안에 비슷한 우연과 상황들을 겹치게 표현하고 학창 시절 수험생의

감성이나 환경도 보여줘야 하니 외부적인 요소도 넣어야 하고,

거기에 19세 장면까지 들어가는데 막상 주인공들은 어설프지만 풋풋해야하니 청소년다운 면모도

집어넣고 버무리다 보니 어딘가 붕뜬 작이 되고 말았다.

 

극적인 상황이어야 할 사건, 사고들도 모호하게 흘러간 경향이 있다. 류재민이 부모와 싸우며

성장하는 과정은 그런대로 현실에 있을 법한 내용이라 공감이 가긴 했으나,

우습게도 그렇기에 참 재미가 없긴 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말이었기에. 

 

실제, 적당히 속독하며 넘긴 부분도 상당했다.

그만큼 나로서는 의외로 지루하고 딱히 주인공들의 사정을 더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이 된 후의 이야기랄지, 두 사람이 성인이 된 후 얼마나 더 티격태격할지 같은.

무척이나 평이하고 아무것도 없는, 차라리 이럴바엔 현실 고등학생 생활을 진지하게 그려내는 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로,

별 감흥이 없는 소설이었다.

 

흔한 패턴이라 할지라도 작가 나름의 새로운 청게물을 기대했던 것 같다.

현대물에 상황이 전달하는 현실적 감각안에 좀 더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장면을 원했던 독자로서는 실망스러웠다.

다소 퀴어물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퀴어든 비엘이든 읽는 독자의 선을 긋는 건 아니지만,

장르적 속성에 선을 긋는 편이라 어쩌면 내게는 더욱 이 소설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작으로 다가왔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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