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있음)
*사진* 리디북스 - 무공진 불가역
원작은 2016년도 이미 개인 소장본으로 나왔었다. 중고 거래에 종종 올라오는 거 같은데... 정식 출판물이 없는 게 좀 의외. 이미 드라마 시디도 나오고 작품평도 좋은 편이고, 무공진 작품중에 제일 유명한 듯 한데... 암튼 나는 화중매 읽고 나서 무공진 이란 작가 작품을 보다 같은 시대적 배경인 '창의 건국' 시기에 대한 이야기 라길래 흥미가 돋아 이북으로 읽게 되었다.
이북으로는 외전포함 총 9권인데. 정말 이걸 언제 읽나. 내가 살파랑(이북으로 7권)도 좀 걸렸는데(초반에 진도 안나가서...)
9권이라니...하면서도 세트를 결제해 버리곤, 1권부터 쉴틈없이 읽어 버린 것이다.!
재미있다. 일단 첫 느낌은 그거다. 리디 평균 평점은 4.6으로 높은 편인데, 의외로 리뷰 내용은 호불호가 확실했다.
좋다는 사람은 아주 좋고, 싫다는 사람은 아주 싫은.ㅋ 그런데 무공진 작가 작품은 대부분 그런 듯?
다행인 건 작가의 필력과 내용이 내 취향에는 맞는 다는 사실이다.
어떤 리뷰에서 봤던 '글자지옥'(ㅋ) 이란 말 처럼 글이 차~암 많다. 특히 감정선에 있어서는 세세한 부분을 진짜 세세하게 표현해 내려 애쓴 모습이 보인다. 그렇기에 각각의 캐릭터에 이입이 되어 현재 이것들이(ㅋ) 느끼는 상황이 어떠한지 독자가 깊이 느끼며 주인공들과 같이 극을 끌고 가는 느낌도 들게 한다. 다만, 화중매 때도 말했지만, 그 감정선이 너무 반복된다. 이미 앞이나 전전 페이지에 절절히 써놨는데, 다음 장, 다다음 장에 또 그 내용이 고스란히 글자로 보여진다. 그래서 간혹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약간 피로감 마저 느껴질 때가 있다.
'응. 그래. 알고 있어. 이거 앞에 나왔잖아. 굳이 지금 또 설명해야 하나?' 라는 기분.
그것을 제외 한다면, 무수히 풀어놓은 떡밥들을 쉴 새 없이 몰아세우며 풀어나간 속도감은 좋았다. 그래서 지루한 느낌이 없었다. 간간히 나오는 비엘씬들은 표현이 약간 외설적이긴 했으나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고, 재미로 커버가 가능했기에 단점은 아니었다.
이 작가의 맘에 드는 점은, 악역은 악역 답다는 점이다. 쓸데없이 악역에 안타까운 서사를 부여하여 감정적 동요와 이해를 구하지 않는 편이란 점이 좋았다. 어찌됐든 극은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정신없이 치고 박고 사랑하고 싸우는 흐름이라 나한테는 취향에 맞았다.
(개인적으로 주변 인물들, 조연들의 비중이 늘어나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드라마도 마찬가지.)
대사체도 맘에 들었다. 극중 '산'(공)의 행동과 말투가 거친 현대어 같으면서 아닌 듯?했지만, 어차피 정통 사극 드라마도 아니고, 장르 자체가 '동양풍' 이라는 애매한 퓨전인데, 별 꼬투리가 되진 않았다. 오히려 재미났다. 거침없이 내뱉은 욕지거리가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기도 했다. 이런 점은 '강'(수)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라면 '강'은 '산'처럼 거친 말은 안 한다는 것 정도이고, '강' 역시 올곧은 성격답게 하고프거나 해야 할 말은 황제고 뭐고 꼭 한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
내용적으로 본다면, 이 책은 복잡한 클리셰부터 반전들이 계속 이어진다. 이런 류의 내용을 많이 접한 사람이라면 초반에 '한려' 라는 인물과 '산' 의 과거 이력이 나오는 부분에서 이미 눈치를 챘을 것으로 여겨진다.(내가 그랬음.ㅋ) 그렇다 한들, 극중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전개에 눈치는 사라지고 극에 몰입하게 된다.
나는 '강' 보다는 '산'의 성격이 훨씬 여리고 답답하며 어찌할 수 없는 상처를 매달고 스스로를 묶여매는 안타까운 사람으로 보였다.
애초에 '강'이 천인임을 알았고, 그가 혹 '한려' 일지도 모른다는(거의 확신해 보이는)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을 내치지 못 하고 끌어들이는 모습이 상처입은 아이가 세상 자기한테 제일 사랑을 주는 사람한테 반항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어떤 짓을 해도 상대는 자신을 받아들일 것이고, 자신의 상처 속으로 같이 들어와 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행동처럼 보였다.
그래서 강을 사랑하면서도 그토록 계속 시험대에 오르게 했던 것은 아닐까. 자신이 한려한테 받은 상처를 전혀 기억하지 못 하는 강에게 너도 당해보라며, 내가 받은 고통을 느껴보라며 계속 밀어냈다 후회하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강은 고스란히 그 모든 상황과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는데, 이것 역시 불가역한 점이고, 어찌보면 이거야 말로 하늘의 뜻이 아니었을까.
천상에서의 일은 소설의 인과관계를 이어주기 위해 길지 않게 나왔을 뿐이지만, 인두겁을 쓴 천인이 기억을 읽은 채 다시 태어나 전 생에 지었던 '죄' 를 씻어 내야만 다시 하늘로 올라 갈 수 있다는 설정이 그러했다. 그저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 좀 지내다 올라가는 거러면 '죄'는 무엇이고 '관계'는 무엇인가. 결국 그 '죄'를 인간 세상에서 씻어내야 하는 건 스스로가 짊어져야 할 업보인 셈일지도 모른다. 강은 그 '죄'를 씻어내고 받아들이기 위해 다시 '산'의 곁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한려를 잃었다는 슬픔과 그가 자신을 버렸다는 고통에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죄를 지었으니, '천인' 을 다시 사랑하게 되고, 자신의 고통을 다시 되새김으로써 그가 가진 업보와 나약한 어리석음 또한 씻어내고 받아들여야 할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산' 과 '강'은 무의미한 인생만 살 뿐인 것이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이고, 다시 태어난 듯 보이지만 그렇다하여 그들이 짊어졌던, 가지고 가야 할 마음들이 그리 쉽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기에 마지막까지 두 사람이 서로의 애절한 사랑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겹겹이 쌓였던 과거의 고통과 아픔도 같이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강은 과거 한려였던 자신이 산에게 저지른 무정한 일들, 산은 한려이면서도 한려가 아닌 강을 사랑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일 모두 변할 순 있어도 바뀌지 않는 사실들이니 말이다.
-
궁중 암투 이야기들은 뻔한 듯 하지만, 거기에 '강' 이 얽히면서 뻔하지 않게 된 느낌이었다. 오히려 어설픈 악역보다 극중 창빈이나 성귀인같이 확실한 캐릭터들이라 좋았다.
+
불가역의 키워드 중에 '임신수' 라는 게 있다. 한동안 비엘 소설을 끊었던 터라, 사실 이 키워드 보고 흠칫했다.ㅋㅋㅋㅋ 이게 뭔가? 요즘엔 이런 게 또 유행인 건가? 아니 뭐...그래서 비엘은 환상문학이라고...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남자가 임신이던 뭐던 할 수는 있겠지. 캐릭터가 '천인' 이고...인간은 아니니....ㅎㅎㅎ
읽는 데 거부감이 든 건 아닌데, 뒤로 갈 수록(강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내가 비엘을 읽고 있는 건지,
이성 연애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극중 상황이 그러하니 강의 말투나 행동거지도 뭔가 넘나 여성의 그것 같아지는 듯 하고... 그게 좀 ㅋㅋㅋㅋ 어색했다. 갑자기 내외하게 만드는.
아 음..그래서 임신수(임신공이든) 설정의 비엘은 약간 거리를 두게 될 듯도 하다.
내가 앞서 말했든, 나는 비엘은 서브컬쳐 중에서도 여성향 환상문학이라고 생각한다. (태초에 야오이가 있었지...ㅎ) 그런 설정에 뭔가 '여성'의 고유한 능력치가 떡 하니 소재로 쓰이니 약간 이질감이 느껴졌다. 굳이...왜 비엘에서 임신하는 상황과 그 행태를 보아야 하나.(임신이란 것을 비하하는 의도가 아니다.)
-
불가역은 최근 개정판이 나오면서 드라마 시디와 곧 웹툰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보아왔던 단편적인 비엘의 깊이에서 이렇게 방대한 서사와 입체감있는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새삼 놀라웠고, 즐거웠다. 주로 만화책으로만 봐 왔기에(예전에 비해 좋아하는 작가 것만 보다보니) 이런 설정도 가능하다는 점이 대단하게 다가온 듯 하다. 비엘을 빼고 봐도 충분히 소설 외 장르화 해도 좋을 듯한 작품이었다.
+
비엘 장르를 보니 '동양풍' 이 꽤 많던데... 중국 비엘 소설들도 몇 개 읽어봐서 그런가, 불가역도 마찬가지지 지만, 다른 동양풍 작품들 중에도 시기나 배경 등이 애매한 느낌이긴 하다. 전체적으로 다 창작인 듯 보이지만, 그래서 이 시대가 중국인지, 조선인지 모호한 느낌. 그래서 '동양풍' 이라고 퉁쳐서 키워드를 달았나 싶기도 하고. 물론 한국풍 비엘도 있긴 한데, 대다수가 이런 여러가지 동양이 섞인 것이라 나 같은 경우는 읽으면서(배경이 주로 황제, 궁, 후궁 이런 쪽이다 보니) 이건 중국풍인가, 이건 한국식이고? 라고 따지게 된다. ㅎㅎㅎㅎ 쓸데없는 거긴 하지. 그래도 뭔가 정확한 시대상이(다 창작이래도 차라리 중국이다, 조선 배경이다 이런...)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그렇다 한들, 읽다보면 대륙 나오고 뭐...중국풍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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