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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의한 병(病)

by 캐롤의법칙 201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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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로봇의 한 장면1)



제목 그대로 '병' 이다.

정신이든 신체이든, 타인에 의한, 타인에 의해 생겨버린 병들.


현재 내가 앓고 있는 병은 두 가지 타입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신체적 병, 다른 하나는...그렇다. 예상하듯이(?) 정신적 고통이다.


나의 정신에 관해서라면 딱 잘라 병이라고 칭하기엔 애매하다.

물론 나는 의사가 아니다. 그러나 의사와 상담한다 해도 그들은 나에게 간단한 처방전만 줄 뿐 

'심각하지 않은 치료가 가능한 상태' 라고 명시할 것이 자명하다.

이는 내 스스로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컨트롤이 가능한 이유는 너무나 오랜 세월 내 안에 잠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 내 정신적 고통의 원인과 이유를 잘 알고 있고 한편으론 덤덤할 정도로 익숙하기 때문이다.

나의 정신은 처음부터 '나'에게서 시작되지 않았다.

내 정신적 고통은 '타인' 이자 '가족' 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원인이 가장 지대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여기선 그 얘기를 하기엔 진부하기에 그냥 넘어간다.


다른 하나, 신체적 병에 대해 얘기해 보자.

현대의 인간들에게 크든 작든 신체적 '이상'은 놀라운 일도 아닐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하며 얻은 신체적 고통은 둘로 나뉜다. 

본인에 의한 것인지, 타인(사회에서 타인은 제3자, 회사, 동료 등 본인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의미)에 의한 것인지.


(미스터 로봇의 한 장면2)


나는 타인에 의한 병이 생겼다. 언젠가의 포스팅에서도 밝혔듯 허리와 고관절이 좋지 않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겪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척추측만증이니 거북목이니 하는 건 이젠 신기하지도 않지 않은가.

일종의 고질병. 그러나 나는 이 고질병이 없었다. 

2017년 어느 한 회사(알*)에 입사한 이후 생긴 병이며, 무려 입사한지 일주일만에 병을 얻었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네가 안 좋았을 것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서, 그게 내 잘못인가?

컴퓨터에 수 많은 시간을 앉아서 디자인을 하고 동시에 수 많은 시간을 앉아서 핸드메이드를 만들었다.

그 회사에 체계가 있을 것이라는, 그래도 동료라는 이름의 사람들은 괜찮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 

내 잘못이라면 잘못일 것이다. 

나는 오래된 식탁 의자와 불편한 접대용 의자에서 일을 했다.

단 5일. 그리고 그 5일 동안 직장 상사라는 (이씨 성을 가진)사람에게 수 없이 의자를 교체해 달라 얘기했다.

그가 5일 만에 가져온 건 본인이 앉던 높낮이가 고장난 의자. 

난 단 5일 만에 허리와 고관절 근육에 이상이 왔고, 한달만에 통증이 시작됐다. 그래도 일을 했다. 

병원을 다니며. 원래도 고통에 무딘 편이라, 아프다고 말은 하며 병원을 다녔지만, 

그 동료라는 사람들은 되려 나를 불편한 존재로 치부할 뿐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어쨌든, 난 지금도 그때 얻은 병으로 고생중이다.

많이 나아졌다 한들 불편함은 여전하고, 조금만 아퍼도 신경이 곤두선다. 

과연 낫기는 하는 건지, 운동도 하고 있지만 좋아지는 게 맞는 건지.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서 병원에서도 딱히 더 이상 손을 쓸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냥 수술할 때 되면 병원을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저 회사에 뼈를 묻을 것도 아니었고, 사람들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참으며 일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들에게 신체적 병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함께 받아왔었다. 그런데?

아마도 헛된 희망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타인에 의한 병일 수록 쉽게 잊혀지지도 않고, 억울함도 사라지지 않는다.

억울함이란 '내가 어째서' 로 시작해서 '왜 나만' 으로 끝나버린다.

이유도 원인도 사실 정확하지 않다. 고장난 의자? 나에게 주어진 너무 많은 양의 작업들?

결론적으로 나는 멍청이 같이 일해서 아픈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받은 건 아플 정도로 열심히 일해준 사람이 아닌, 

아픈척하고 불편한 사람이란 오명만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의 잘못들을 모른다. 

그저 내가 잘못한 것이다. 그런 일과 회사에 아플때까지 다닌 것.


그리고 나는 지금도 뭐라 말 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

그 회사와 사람들은 더 이상 보지 않지만 상처는 여전히 나를 옭아매고 있지 않은가.

나는 여전히 이 상처를 보며 그 때의 일들을 지울 수 없지만,

그들은 여전히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본인들의 현실을 즐기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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