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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 리뷰

[짧은 감상] 여원 - 한홍

by 캐롤의법칙 202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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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북스 이미지 ( 일러스트 - 해사화) / 작가 한홍

 

요즘 약간 벨테기가 온 와중에(계속 1권만 읽고 실패 중) 도원향가(나중에 포스팅)를 읽고 희치에게 빠져 수라악도를 읽을까 고민하다(ㅋㅋㅋ) 늪의 세계로 빠지기 전에 다른 소제의 비엘을 읽어보자 싶어 찾다가 우연 찾게 얻어걸린

'여원' 이란 소설이다. 스포 많음. 당연 스포 있음. 당연 내용 있음.

 

정말 기대 안 하고, 한편으론 약간 가벼운? 미신이나 무당이 소재인 냉혈공=후회공과 자낮수가 나오는 건가 보다 했는데 웬걸... 아니었다. 특히 마지막 여운은 기분이 묘했었다.

 

리디에서는 별점 4.1정도의 보통이지만 약간 박한감이 없잖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내용이 쉽지만은 않은 편이고 외전을 포함 끝맺음이 어찌 보면 읭? 이게 끝? 스럽기도 했으므로.

 

대국을 세운 현원이란 나라의 황제 륜은 그가 나라를 세우며 뿌린 '피의 업보'로 인해 결국 재난에 휩싸인다.(주요 재난은 가뭄)이 업보를 지우기 위해선 여원이라는 무당을 받아들여 그와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아야만 지울 수 있다 한다. 하지만 초현실주의 자존감 만땅 륜은 그런 거 안믿다가 최측근 신하에 의해 어찌저찌 여원(사내지만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태'를 지니고 있는 사람)인 서문 설를 받아 들이게 됨. 처음엔 흥미였지만 점차 변하는 자신의 감정을 알게되어 설에게 다가가지만, 그동안 설를 길들이기위해 했던 륜의 강압적이고 고압적 태도에 설은 믿지 못 하고 그런 와중에도 륜에게 길들여진 설은 두려움과 동시에 연모를 륜에게 느끼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됨.

주된 내용은 이러함.

 

소설에는 무당, 신, 미신 같은 소재가 등장하고 내용 역시 그런 믿을 수 없는 기이한 상황들 속에서 두 주인공의 감정과 업보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이다. 

 

궁중암투나 정치물이 섞여있길 기대했다면 실망할 듯. 개인적으론 그런 주변 내용보단 주인공 위주의 스토리 중심을 더 선호하는지라 나는 무리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리디 리뷰에도 썼지만, 외전까지 다 읽고 나면 이 소설의 주제가 '고업(業 업보 때문에 맺어진 괴로운 인연/불교)' 임을 알게 된다. (저 한자의 의미로 쓰신 거 맞겠지....ㅎ) 

 

여원이란 무당이 하는 일이 색사를 통해 나라의 액운을 몸으로 받고 그 결과물로 아이를 낳는 것이라, 설이 역시 황제와 색사를 가질때마다 나라의 재난이었던 가문이 하나 둘씩 풀리게 된다. 갑자기 수원이 터지고 비가 오고 눈이내리는 그런 믿을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하게 됨. 그러면서 황제도 반신반의 하지만 애초에 초현실주의자라 설이를 완전히 믿지는 않음. 게다가 자낮수에 여린 설에게 흥미를 보여 어디까지 황제에게 복종하고 길들여지는지 궁금해 하던 황제 륜은 서슴없이 설에게 고압적이고 무서운 행동들을 하게 됨.

 

이런 과정에서 첨엔 SM인가? 했는데 그런 태그는 안 보이고...ㅋㅋㅋㅋ  씬이 은근 에로틱하긴 한데 초반엔 감정이 배제되어 있어 안쓰럽기도 함. 암튼 그런 와중에 설이는 륜에게 연모를 품음.ㅠ 륜과 설이가 어긋날 수 밖에 없는 시점. 서로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나 할까.

 

그런 길들이기 과정 중에 가장 혹독했던 게 '암산' 에서의 정신적 고문이었다. 극중 '암산' 이란 존재는 궁과 가깝고 황제 륜이 자주 가는 산인데 그곳엔 륜이 개인적으로 죽인 혹은 고문으로 죽은 시신등이 매장되어 있는 곳. 그러니 얼마나 깊은 원한과 피가 서려있는 곳일까. 륜은 시덥잖은 이유를 들먹이며 심약한 설에게 안대를 씌우고 자신을 찾게 함. 실상은 멀리 가지고 앉았고 그저 눈 앞에 있었지만, 이미 심리적으로 황제에게 지배당하고 있으며 무당의 기질은 없지만, 나름 신기를 미약하게 갖고 있던(육감에 가까운 듯 하나) 설에게 암산의 서슬퍼런 기운에 몸, 정신, 마음이 모두 무너진 계기가 되어버리고, 심지어 황제에게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되어버림.

 

그리고 이 '암산'은 결국 륜에게 업보로 다가오게 됨.

 

극중 설에게 행해지는 여러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요소들이 많긴 하나 끝까지 '암산'에서의 일이 반복되는 게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었음. 외전의 끝까지 설이 '암산'에서의 일로 악몽을 꾸는데, 결국 이 악몽을 륜이 받아가게 됨.(두 사람이 맘을 열면서) 

 

여원이었던 설이 나라의 액운을 받아 해결했다면(아이도 잉태함), '암산'은 어찌보면 매우 개인적인 륜의 업보였으므로 그 업을 설이 받았다가, 다시 설을 갖고자 맘을 연 륜이 받아가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함. 그래서 두 사람을 '고업'인 연인이라 했던 게 아니었나란 생각. 물론 작가님 의도가 분명 그러했는지는 장담 못 함 ㅋ

 

두 사람의 관계성.

자낮수 설정인 메인수 '설'은 매우 답답해 보이는 인물임. 자낮수 캐릭터를 몇 번 읽어보긴 했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선 가장 괜찮은 수였음.ㅎ 자낮수치곤 할 말 다 하던데?ㅋㅋ 설의 문제점이라면 혼자 생각에 깊게 빠지고 그 생각이 모두 부정적, 비관적이란 데에 있었음. 그런데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보여짐. '사수' 라는 무당에게 태어나자 마자 여원으로써 길러진 설. 게다가 저 '사수'가 평범했으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었던. 뛰어난 무당임은 맞으나 정이 없고 여원인 몸을 하찮은 액운받이 정도로 여겨 설을 키우면서도 고압적, 강압적 태도로 그만의 심리적 지배를 해왔기 때문.

 

궁에 들어와 생활하는 설이 무기력하고 자낮수인 이유가 남에게 길들여지고 지배를 받는 환경에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음. 그랬기에 오히려 황제가 다정하게 연모하며 배려하는 모습보다, 그가 기존에 행했던 상처주고 길들이고, 압박하던 환경이 두렵고 불안하면서도 본인에겐 더 익숙한 모습이었던 것임. 

 

그러니 설의 입장에선 륜의 다정다감, 로맨스 남친격 행동들이 오히려 소오름이었던 것 ㅋㅋㅋㅋㅋ 그렇다고 황제가 싫은 것도 아니고 계속 보고픈데, 그의 행동이 영 이상하니ㅋㅋㅋ 가뜩이나 비관적인 인간이 얼마나 무덤파고 들어가겠음.

 

그래서 설의 입장이 답답하면서도 이해가 많이 갔었음. 잘못은 무조건 륜이이기에. 다행인건, 륜이 자신의 잘못을 알고 끝까지 설을 놓지 않고 다가간다는 것.(뭐, 소설이니.ㅋㅋ)

 

황제 륜은 정말 상또라이임 ㅋㅋㅋㅋ 내가 그래서 짜증없이 이 냉혈후회황제공을 애정하며 읽었음. 캐릭터가 확실해서.

어설프지 않고 확실하게 초반엔 흥미로 설을 대했고, 갈수록 변하는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 한 채, 그 혼란에 짜증내며 또 설에게 상처주는 모습 또한 확실해서. 그런 놈이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이유를 알자 완벽하게 후회공으로 변한 것 또한 륜의 성격다워서. ㅋ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륜의 감정 변화는 애초에 처음부터 시작이었다고 봄. 마치 천상천하 유아독존 같은 인간이 아무리 흥미였다곤 하나 여원을 보고 궁으로(것도 자신의 처소 근처) 들인 건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는 증거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하여 첨부터 정이 있던 건 아니었으나 흥미로 가지고 놀다 버리려고 했던 사람치곤 눈에 밟히듯 계속 뒤돌아 보던 감정들이 꽤나 세세히 나열되었기에. 소유욕만 있었지 남에게 정을 바라거나 준적이 없던 사람이기에 혼란이 오고 그 감정을 3자를 통해 깨달았을 땐, 성격답게 바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잼있었음.

 

륜은 초현실주의, 자존감 높은 사람이나 의문점이 있고 그것의 이유를 알았을 땐 가감없이 받아들이는 인물. 물론 실수 했을 때 쳐내는 것도 가차없지만. 그렇기에 이유를 알고 나면 받아들이는 것 또한 빠른 캐릭터라 할 수 있음.

그렇기에 자신이 설에게 요구했던 소유욕과 복종에 점차 상대에게 '정'을 받길 원한다는 걸 깨닫고 기꺼이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 됨.

 

본편에 외전까지 포함이지만 외전이 아쉬운 건 사실.

좀 더 행복하게 꽁냥 거리는 모습을 보여줘도 좋을 것 같은데, 작가님이 얄짤없이 맺은 느낌적 느낌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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