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장식한다는 건...
피처링: 빌 스카스가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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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작가라는(로버트 해리스 작) 책을 며칠 전에 읽었는데, 거기에 나온 구절이다.
『우리는 누구나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기억을 장식하는 경향이 있다』
기억의 장식은 좋았던 기억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순간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갑자기 과연 내가 기억하는 나의 모습과 주변의 모습이 백프로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내가 좋았던 모습을 현재에 그릴 때 어느 정도나 신뢰할 수 있겠냔 말이다.
또한 그 반대로 나빴던 기억에 대해서는 얼마나 사실대로 말 할 수 있을까.
나와 다르게 제3자나 상대방 입장에서의 기억이 간혹 틀리는 경우, 혹은 상대방은 전혀 느끼지 못 했던 기억속
나의 모습과 상황들이 생기는 경우를 보면 내 기억이 장식되어 있는 건지 상대방이 장식되어 있는지,
아마도 둘 다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억이란 건 언제나 1인칭이 우선이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대부분 객관적으로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보다는 행동과 상황을 더 인지하고 기억하려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사장이 직원들을 향해 폭언을 퍼붓는 일이 생겼다 치자. 나는 그런 상황을 내가 얼마나
그 상황으로 인해 감정이 상했는지 보다는 그 상황이 일어난 주변에 더 기억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사장이 화를 내기 전에 있던 일, 주고 받은 말, 화를 촉발한 이유, 그 이후 취한 행동들.
그리고 이런식으로 기억을 해 둬야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일종에 뒷말에 대한 객관화를 하므로써
내 상황을 정당화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럴 경우 나는 ㅈㄴ 냉정하고 재수없는 사람으로 찍히기도 한다. ㅋ
뭐, 대수랴. 쓸데없는 개미지옥에 빠지는 것 보단 낫지않나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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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조만간 작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을 익명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이걸 하는 이유는... 그렇다. 억울함? 도 아니다. 딱 정의할 순 없지만, 그들에 대한 증오가 그나마 가장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인생 철학자들이 말한다. 그냥 시간에 맡기고 흘러가게 놔두라고. 미련을 버리고
그냥 냅두라고. 안 그래도 그냥 냅두고 있다. 그러나, 그냥 냅두기엔 그들의 행태가 너무 같잖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에게 어떤 해를 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 정신속에 그들로 인해 입은 피해가
너무 많고, 아직도 그 피해를 받으며 살고 있다.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나열하고 싶지도 않다. 지극히 차갑고 간결하고 실질적으로 남기고 싶은데,
과연 내 기억이 장식하지 않고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싶다.
어느정도는 감정적인 부분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람은 기억을 장식한다고는 하지만 악행을 더 악하게 그리는 것도 문제가 되는 걸까.
악행을 좀 더 드러나게 하기 위해 주변 장치 설치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될까 하는 거다.
논픽션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논픽션을 픽션으로 바꿀때는 상관없을 거라 생각한다.
어차피 우린 남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아니라 장식된 일상을 보고 싶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