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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불면증 수업

캐롤의법칙 2022. 10. 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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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불안

하버드 불면증 수업

그렉 제이콥스 / 예문 출판사

무려 3년전에 산 책이지만,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불면증에 관한 책 중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2018년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일과 사람에 치여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으며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었다. 한 달 동안 잠을 잔 시간이 손에 꼽을 정도였고 정신은 있지만 없는 듯한 괴랄한 상태를

겪어 보기도 했다. 심해졌을 때는 멀쩡히 두 눈 뜨고 움직이는데 갑자기 휘청했던 적도 있었다.

이게 얼마나 어이없는 상황이었냐면 놀라움과 동시에 웃음이 마구 나더라. 별 걸 다 겪네- 싶으면서도,

아, 이러다 그냥 죽기도 하겠구나- 싶은 마음이 공존했었다.

특히나 나의 불면증은 정신적 이유 외에도 이 당시 몸도 안 좋아지면서 위장병이 심하게 재발했는데, 마치

부정맥처럼 잠만 자려고 누우면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증상을 겪은 점이다. 이와 동시에 여러 자질구레한

질병들도 같이 생기면서 거의 1년 가까이를 병원 검사로 하루하루 흘려 보냈었다.

당시에는 그 시간이 무척 필요했지만, 솔직히 지난 지금으로서는 참 아까운 시간들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나는

내 몸 상태를 스스로 돌봐야 했기에 더욱 힘들었다. 주변에서 아무도 심각성을 인지해주지 않았고(고통을 호소

했음에도)그로인해 체념하고 혼자 돌보기를 자처하며 참 여러 가지 애썼던 기억이다.

각설하고, 그로 인해 일단 잠부터 해결하고 싶었다. 기존 내 수면 패턴도 불규칙이었기에 이걸 정상적으로 돌리는게

너무 힘들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불면증 관련 책들도 대부분 뻔한 수준의 내용으로 아까운 돈을 좀 먹는 시시한

내용들이 전부였다.(인터넷에서 검색만 대충해도 나오는 방법들 말이다.)

조명, 소음, 먹는 거, 먹지 말아야 할 것, 스트레스 관리 방법등 그냥 병원에 가도 의사가 해주는 흔하고 흔한 패턴들.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이걸 누가 몰라? 너도 알고 너도 아는 그런 흔해빠진 얘기 말고,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원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 바로 [하버드 불면증 수업]

이 책에서 가장 끌렸던 부분은, 수면제에 대한 사용법 그리고 잠에 대한 '생각' 을 바꾸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 책에도 기존의 다른 서적에서 볼 수 있는 잠자리를 만드는 요소는 나온다. 그러나 중요한 건 단순히 뭘 해라 하라는 것이 아닌,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어떻게 관리 할 수 있는지를 프로그램 형식화 하여 보여준다는 점이다.

 

의사들은 왜 약부터 처방해 주는 걸까

 

[의사들은 불면증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 별것 아닌 일로 여기거나 무시하기 일쑤다. 왜냐고?

불면증이 너무 흔해져서 의사들은 종종 이를 삶의 정상적인 한 부분, 즉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문 발췌]

[대부분의 의사는 불면증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훈련을 받지 않았다.(중략) 미국의 경우 의사들이 수료하는 모든 교육 과정에서 수면장애에 대한 교육은 매우 짧다.... 게다가 뭔가 불편한 일을 마주했을 때 회피하려는 것은 본래 인간의 심리가 아닌가. 세계적 수면장애 전문가이자 스탠퍼드 의대 수면 클리닉 소장인 윌리엄 디멘트 박사..."의사들 대부분은 만성 불면증 환자가 오는 것을 두려워 한다...."]

 

 

내가 가장 이마를 탁! 쳤던 부분이다.

정말 현실적이지 않은가 ㅋㅋㅋㅋ 정작 환자들은 의사에게 중요한 단서 혹은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러나 의사 본인 조차,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삶의 일부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이니. 잠을 못 자서 힘들어요~ 하는 환자들의 애원이 그저 평범한 투정 중 하나로 보일테다. 심지어 본인들조차 제대로 수면장애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글쓴이의 말처럼 회피하는 게 다른 한편으론 인간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정신과 치료가 불면증에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증거는 전혀 없다. 불면증 환자의 절대다수는 불안증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 다수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불안증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로 불면증이 오는 경우도 있다.

나같은 경우는 기존의 불규칙 패턴에서 현실적 문제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야기되어 발생한 경우였기에

심리 상담 치료를 받긴 했지만, 불면증 관련 치료는 아니었다! 다분히 내적 마음의 상담이었을 뿐.

실제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 대부분이 일 혹은 개인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로 일시적으로 찾아오거나

원인이 해결 되지 않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오늘날 수면장애 관련 건강 제품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 이런 의약품들의 과학적 증거는 없다!]

 

와우, 바로 전에 파인 슬립이라는 수면 유도제에 대해 글을 썼는데 ㅋㅋㅋㅋ 사실 수면 유도제를 보면

건강 기능 식품으로 분류된다. 아마도 거기 함유된 원재로가 단백질, 마그네슘, 감태추출물이기 때문일텐데,

실질적으로 이런 약들이 불면증을 [고쳐준다]는 의미는 아니란 얘기다.

그러니 내가 글에 썼듯이 불면증이 심했을 때는 아예 듣지를 않았다. 지금은 먹으면 몸이 나른해지는 효과가

있긴 한데, 고함량을 때려부우니 뭐, 당연한건가 싶다.ㅎㅎㅎㅎ

[....'멜라토닌 광풍'이라 불릴 정도로 시장을 휩쓸었으며 미디어들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홍보해 주었다...하지만 멜라토닌의 효능은 과장되었을 뿐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증거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그저 구미에 맞게 선택된 몇 가지 연구를 근거로 하며, 대중에게는 오로지 멜라토닌의 잠재적 정점만을 강조한 지식이 주어진다....]

과학적 증거가 없는 이유. 광고에서 보여지는 효과입증 사례들은 말 그대로 연구이긴 하나 100프로라고

확답해주기에는 어려운 것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약에 손을 댄다. 미국의 경우 의료비가 비싸기에 병원 처방을 받기 보단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수면약을 선호하는데 그것이 바로 멜라토닌.

국내에서도 인터넷 검색을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멜라토닌' 약이다. 나도 한때 열심히 찾아보면 멜라토닌을 먹고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위험하다. 급한 사람 눈에는 장점만 보인다고, 실제 증명된 부작용은 아예 무시하고 넘어가기 마련.

국내에서는 멜라토닌을 처방없이 구매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보통 직구를 많이 이용하더라. 하지만, 멜라토닌은 시차 적응이 안 돼 잠을 못 잘 경우에만 최대 2주 정도 복용을 권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몇 년전 검색했던 내용에 의하면.)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닌 단순 심각한 불면증 치료를 위해 일반 수면제보다 좋다고 오해하여 먹는 다면 이또한 심한 부작용을 겪고 다시 다른 약에 손을 댈 수 있다.

 

 

 

..당신은 깨닫지 못했지만, 수면제를 복용한다는 것은 이미 플라세보 효과를 경험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약을 먹지 않고 고칠 수 있을까?

최근 사이 새롭게 등장한 용어가 [인지행동치료]

내가 이 책을 3년 전에 사서 이 용어를 처음 접했는데(물론 내가 몰랐을 수도 ㅋㅋㅋ) 이것만큼

제대로 된 치료 방법이 있을까 생각했다.

대학병원에 수면 클리닉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한다. 무조건 빠르고 돈이 절약되는

방법을 찾아 수면제를 원한다. 그러나 그로인한 부작용은 어마무시하며 수면제 또한 인체에 남아 희석되는

시간이 생각이상으로 길어서, 그에 따른 다른 질병을 얻을 수 있다.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생각들

8시간 수면의 환상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자고 있다

수면 부채란 없다

잠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인지 재구성 훈련

 

 

모든 신체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은 힘들다. 다이어트로 생각해보라. 인간은 끊임없이 날씬해지기 위해

별별 노력들을 한다. 그러나 요요가 오고 몸이 망가지는 사례들이 수두룩 하다. 전문가들은 항상 말한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한다면 약을 쓰지 말고 식단관리와 운동을 병행하라고. 식단 또한 지나치게 몸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정량을 맞추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키는 사람은 몇 없다. 왜냐고? 무진장 힘드니까.^^ 인간은 이미 알고 있다. 무언가 해내려면

엄청난 시간과 고통, 혹은 그에 따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그런데도 인간은 빠른 효과와 눈에 바로 보이는

가시적인 상태를 원한다. 그래야 남들에서 보여줄 수도 있고, 자신의 노력도 드라마틱하게 확인할 수 있으니.

그러면 뭐하랴. 요요로 인한 스트레스는 늘어나고 눈치만 보며 내 몸에 날카로운 잣대만 드리울 뿐이다. 건강 망가지는 거야 말할 필요없고.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한번 제대로 훈련을 겪고 나면 같은 상황이 와도 이를 다시 극복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몸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수면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대학병원에 가야 치료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 책은 혼자서도 충분히

수면 훈련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 준다. (이쯤되면 수면도 훈련이다 ㅋㅋㅋㅋ)

나는 저 수면 노트를 정말 열심히 했다. 평균 수면 시간, 깨는 횟수, 깨고 나서 다시 잠드는 시간까지.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사실은 내가 점점 좋아지고 있으며 수면 시간이 꽤 되는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8시간의 수면]이라는 마법같은 문장이 조금 사그라진 것도 최근이지 않던가.

아직도 사람들은 8시간 수면을 최상의 조건으로 꼽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게 얼마나

편협하고, 잘못된 미디어의 광고성 홍보에 세뇌 된 것인지 알 수 있다.

특히 가장 좋은 건, 수면제 상식과 이완 훈련 방법.

지금은 좋아졌다고 해도 나 역시 가끔 갑자기 불안해지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전에 했던

명상법과 생각을 바꾸는 생각을 한다. 좀 우습지만, 어쨌든 버리는 생각도 나같이 예민하고 잡생각 많은 사람에게는 중요하다.

 

생각이 너무 많을 때, 이런 것들을 떠올려라!

-가장 좋아하는 휴가지

-자신이 직접 만든 공간

-해변, 초원, 산

-책이나 잡지, 또는 영화에 등장하는 공간

-구름 위에 떠 있는 내 모습

 

명상법의 하나 중에, 우주를 유영하는 자신을 떠올려보라는 문구도 있다. 이게 처음부터 잘 되는 사람은 없다. 앞서 말했듯, 이것은 '훈련'이다. 반복하고 익숙해지려 노력해다보면 할 수 있다. 그 모든 명상 속 세상은 본인이 만든 세상이다. 그러므로 가장 안온하고 편한 공간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보통 생각이 많아지면 캐리어를 끌고 가까운 곳으로 홀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아무도 없는 호텔 방(일반룸)에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반복한다. 주변에 사람이 있지만, 나는 나만 바라본다. 그런 상상을 좀 반복하다보면 몸이 이완되는 것을 느낀다.

바로 잠드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긴장이 풀리므로 내가 언제 잠들었지? 하는 순간이 온다.

지금도 지독한 불면증과 예민한 수면 장애로 힘든 사람들에게 정말 추천한다.

이 책부터 꼭 읽어봐라.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잠]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추신

개인적으론 수면 유도제를 보조용으로 그냥 둬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심리적 이유이긴 하겠으나

간혹 정말 심한 상태가 아직 어쩌다 오긴 한다. 그럴때면 한 두번 정도 사용하는데 나름 도움이 된다.

물론 계속 쓰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하룻밤 한 번 보조용으로 사용. 무엇보다 '나'는 약에 의지하지 않는 상태이므로 스스로 조절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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